not simple
집에가는 전철 안에서 읽다가...
ㅠ_ㅜ 눈물 나서 참느라 혼났다.
뭐랄까?
약간 신기한 만화책이다.
스토리 자체가 디테일하게 꽉 차서 감정을 흔드는 것도 그렇다고 그림 자체가 뛰어난 것도 캐릭터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것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약간 비어 있는 느낌. 느슨하게 풀어 놓았다가 조금씩이지만 서서히 조여오는 자신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그 서슬퍼런 절망이 발목을 무릎을 그렇게 서서히 차오르다가 어느 순간 가슴을 두드리는 슬픔이 나를 겨눈다.
피할 수가 없다.
철저하게 감정이입을 차단한채로 진행되는 이야기. 아마도 읽는 이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는 기자이면서 나중에 소설을 쓰게 되는 그 친구가 될듯 싶은데, 그 친구는 딱히 손을 내밀지도 토닥이지도 않는다. 그냥 가끔씩 조우 할때 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재워주는... 그저 잠시나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뿐이다. 의외로 그런 면에서 울컥하게 하는 감정을 끌어낸게 아닌가 싶다. 타인의 슬픔을 지켜볼 수만 있을 뿐. 개입할 수 없게 만들어서 종래에는 처절한 무력감을 선사하는 그런 감정.
이런 성의 없는 듯한 그냥 쓱쓱 그린 듯한 잘 그리는 그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력을 이끌어 내다니... -_-;; 다소 불가사의한 면이 있는데, 페이지 전체를 지배하는 냉소적인 표정. 분명 많은 부분에서 부족분이 눈에 띔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마력과 슬픔, 세계를 침몰시킬만한 비애감을 머금은 만화...
냉기가 좔좔 흐른다.
...
이 작가의 다음 작품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