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하고 나서 해를 넘겼지만

여전히

조금씩 조금씩...

한 챕터씩 보고 있다.

매우 매우 짧은 페이지들로 이루어진 단편 묶음 집.

그림이 약간 섞여 있는 짧은 산문집을 보는 기분이랄까나...

그닥 두껍지도 않은데 자그마치 18편인가? 그러니...

그러나 여전히 키리코 나나난 Kiriko NANANAN의 작품 답다.

/


잠깐.
순간.
찰나의 순간을 클로즈업 하거나 잠시 뒤로 물러서거나
그저 읊조리거나...
그런 감정을 고이 채집해 놓은 듯한 느낌.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일상의 평온함 또는 그 무미건조함 때문에
심심함이 다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천천히...
...
보다가 또는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위안이 되는 그런 속삭임이 담겨 있는듯.
: )



/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헤어지는 경우가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로 그런 경우가 있었다.

단지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잠드는 시간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고,
술 마시는 페이스가 다르고
나는 환기구 아래에서 담배를 피웠지만
그 사람은 방을 담배 연기로 가득 채우길 좋아했다-

일보다는 둘이서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나와
나보다는 하루종일 일에 매달렸던 그 사람.
내가 가끔씩 울 때마다 귀찮아했던 그 사람.

단지, 이유는 그뿐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그런 사소한 것들이 점점 거대하게 느껴졌다.

「생활」이란 매일 연속 되는 것이었으므로.

매일 즐겁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그 사람도 그랬을까?
그래서 집을 나간 거겠지.

나도 이제 웬만한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이별쯤이야
몇 백 번, 몇 천 번 경험해 보았다. 이미 익숙하다고!

단지 지금까지는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방안에서도
느긋하게 지낼 수 있을 만큼의 파워가 있었을 뿐.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참 젊었던 것 같다.

모처럼 붓기 시작한 적금의 반이 날아가게 되었지만
난 새로운 도시로 이사 갈 작정이다.

끝이란 또 하나의 시작이니까, 안그래?

그러니까 난 하나도 슬프지 않아,
이 바보야.
/



생뚱 맞게
혼자 살곤 싶단 생각.

Posted by applevir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