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여기~ 카메라를 바라봐 주세요~
진구는 예전에 장례식장에서도 봤었지만
검은 수트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20090526불
CGV 압구정
스포일러 있어요.
소소한 스포일러라도 영화관람에 치명적이신 분이라면 아래 글은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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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이제 경지에 오른듯.
캐스팅이 어떻게 되었든 시놉이 맘에 들든 말든 걍 가서 보면 어느 정도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줄 신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감독의 반열에 오름.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영화들을 좌악 펼쳐놓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하고 묻는다면 마더는 그 선택권에서 비켜 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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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안의 공기를 순식간에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은 대한민국 최강인듯. 소소하게는 작두씬 부터 도준을 취조하던 취조실(?)에서의 세팍타크로 형사씬, 장례식장을 찾아갔을 때 죽은 아이의 할머니가 막걸리를 마시면서 난간이 있는 절벽쪽으로 휘적휘적 걸어 가던 씬(행여나 뛰어내릴까 조마조마), 엄마가 진태 집을 무단 침입한 씬 등등... 드라마틱한 순간이 아닌 소소한 일상의 장면에서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능력은... 님 좀 짱인듯! ^^;;
아~ 쫌~ 힘을 뺐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대표적으로 리어카 끄시던 분. 비 맞으면서 고독을 곱씹으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로 스크린에 얼굴을 들이밀면 어이쿠 저 양반 또 얼굴 들이밀겠네라고 생각이 바로 팍 들잖아요. 그 장면에서 감독은 의도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같이 보러간 친구는 고 할아범이 두장 중에 한장만 가져 간걸로 바로 눈치 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양심은 있는 할아범이라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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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준은 바보지만 그렇다고 말 그대로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바보는 아닌것 같아요.
같이 갔던 친구의 의문인데... 우스개로 한 이야기지만 왜 진태는 도진이랑 함께 댕길까요?
얼굴도 잘생기고 허우대도 멀쩡한 녀석이 말이지요. 엄마의 헛다리 짚기로 경찰서에 갔다가 돌아온 진태는 친구네 집 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집처럼 행동하고 친구의 엄마에게 "니가 나한테 이럴수 있어?"라는 멘트를 날림으로써 둘사이의 관계가 단순 엄친아..;; 아니...친구 엄마 또는 아들 친구가 아닌 모호함이...
유일하게 영화 끝까지 자그마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과거가 없는 캐릭터는 바로 마더예요. 그 흔한 플래시 백 하나 없어요. 딱 한장면 딱 한컷 있지만 엄마라는 캐릭터를 설명하기 보다는 단지 이야기가 앞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기능적인 컷 이었을 뿐. 룸에서 변호사의 제의를 거부하고 짧게 이어지는 컷은 언뜻 뜬금없는 듯 싶지만 그 뒤의 오바이트 씬과 묘한 대구를 이루면서 지지부진한 이야기에 새로운 단서를 얹죠.
암튼 결론은 혜자씨의 과거는 금자씨가 아닐까...요? -_-;;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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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엔딩씬은 엘비라 마디간의 엔딩씬과 견줄 만큼 아름다웠어요.
도준이 건네준 침통을 받고 그 흔들리는 감정을 고이 붙들어 침 한방 놓고 흔들리는 카메라 프레임 속으로 들어와 다른 엄마들과 함께 춤사위 속으로 빠져드는 실루엣은 정말이지 쉬이 잊혀 지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