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마음산책


마크 트웨인은 개탄한다. "버릴 만한 나쁜 습관이 하나도 없다니. 그야말로 도덕군자형 극빈자"라고 평한다. "배의 침몰을 막기위해 무거운 화물들을 배 밖으로 던져버려야 할 상황인데, 그녀는 화물을 하나도 싣지 않은 배와 같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준엄히 결론을 내린다.
 "나쁜 습관이란 젊을 때부터 몸에 들여놓아야 나이가 들고 병이 들었을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조사 결과는 마크 트웨인의 독설처럼 젊은이들에겐 은밀한 기쁨과 우월감을 준다. 그것은 아직 '버릴' 몸과 탕진할 젊음이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
 어쩌면 '나쁜 습관'이란 인생 최고의 사치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음주와 흡연, 맹세(이것이야말로 정녕 나쁜 습관일지도!)를 삼가는 젊음보다는 이를 밥먹듯이 하는 젊음이 보기에는 더 그럴듯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인생 최대의 사치를 즐기고 있는 중이므로.

현재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서대문구 미근동의 대로변과 신촌 뒷골목에 있다 . 하나는 국가기관이고 하나는 소주집인데 술집의 본질적 기능을 이토록 잘 알고 있는 그 술집 주인이 새삼 대견하다.

"아무개님께 드립니다"라고 정성들여 쓴 자기 서명본이 헌책방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걸 보는 저자들의 마음은 아프다. 복수를 결심한 사람도 있다. 버나드 쇼는 헌책방에서 발견한 자기 서명본에다 다시 서명을 하여 그것을 내다 판 주인에게 친절하게 우편으로 보냈다.
"삼가 다시 드립니다."
(서재 결혼 시키기에도 이 내용이 나온다. 참고로 버나드 쇼는 영국의 극작가이면서 나에겐 자신의 묘비에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나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란 문구를 적어놓은 이로 각인된 인물... >.<)

그러나 무엇보다도 압권은 비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다.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가 이 책을 번역하였는데 순수한 우리말로 된 그 제목은 다음과 같다.
너 참 불상타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인상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수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남자는 집과 정착 생활에 적응하였다. 여자들은 먼저 양, 개, 나귀, 돼지들을 길들여 가축으로 만들었다. 그러고나서 남자를 길들였다. 남자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길들인 동물로, 마지못해 부분적으로만 문명화 되었다. 남자는 천천히 여자에게 사회적 특질을 배워 익혔다. 가족에 대한 사랑, 친절, 절제, 협동, 공동체 활동 등이다. 이제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자질이 사회적 미덕이 되었다. 내 생각에 이것이 바로 문명의 시작이다."
어쩐지 달만 보면 짖고 싶더라니.

전쟁의 무기로는 이른바 '작가적 거짓말'이 동원된다. '작가적 거짓말'의 특징은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렇지만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윗사람이 "김대리는 퍼포먼스는 좋은데 퍼스낼리티에 문제가……"라고 말한다고 치자. 그러면 이상하게도, "김대리는 말야, 일은 잘하는데 사람이 좀……"이라고 말할 때보다 부드럽게 들리고 반발도 적다. 실은 똑같은 얘기지만 외래어를 사용하면 듣는 사람은 그 말이 무슨 뜻이낙 생각하느라 반응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꼭 뜻을 몰라서가 아니다. 우리는 '퍼스낼리티가 문제'라는 지적에는 화를 내본 경험이 없기에 성질을 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고, 그러는 사이 상사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이다.)

신이면서도 신이 아닌 태극기는 오로지 처벌할 수만 있을 뿐 용서는 하지 못했다. 신이면서도 신이 아닌 태극기는 오로지 처벌할 수만 있을 뿐 용서는 하지 못했다. 그게 태극기라는 가짜 신의 태생적 한계였으며 훗날 한갓 '장엄한 키치'로 전락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듯.


나, 너 그리고 우리들은 일상을 유지한다.


단지 무심하지 않았노라고 그저 일상을 유지했노라고 변명 할 여유도 없는 빽빽한 하루 하루 호흡이 때론 가늘어지고, 가끔은 거칠어지곤 하는 그런 나날들 속을 중력은 아랑곳 않고 그 아스러질 듯한 공기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유영할 듯한 작가 김영하

늘 곁에 있는 오소독스한 이야기를 유일무이한 존재인 김영하의 시선으로 감지해낸 랄랄라~ 한 이야기들. 난 미안하게도 김영하의 장편 보다는 이런 짧은 단편에 더 정감이 갈 수 밖에 없다. 담백하면서 나이브한 일상 속에서 감지되는 반짝 반짝 하면서 일렁이는 찰나를 스냅샷 카메라로 기가막히게 포착한 듯한 이야기들 그 풍경속의 따뜻한 호흡이 금방이라도 두근거림으로 이어지는 랄랄라~

고양이 냥이 길냥이 낭만냥이...
언제가 될까 내가 고양이를 기르게 되는 날이... 또는 고양이가 날 기르게 되는 날이...?



김영하 작가님이 <드림온>에 추천한 곡들...

Posted by apple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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